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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리엇이 평행세계에 떨어진 지 3일이 지났다. 이 곳에 온 여파로 좋지 않던 몸 상태는 폼프리 부인의 수고로 어느정도 회복되었고, 그 동안 덤블도어는 해리엇의 신분을 만들어주고, 런던 외곽에 집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금을 해리엇에게 조금 주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해리엇은 극구 사양했으나, 덤블도어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친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용돈 주는 걸로 생각하라며 기어코 그녀에게 금-과 약간의 파운드-을 주었다. 해리엇은 자신 품에 있는 모크가죽 주머니에 그리 많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내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그리고 교장실의 벽난로를 통해 곧장 집으로 가려고 했다.
“덤블도어 교수님?”
“오, 해그리드. 어서오게.”
헤리엇이 벽난로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남들보다 2배는 커보이는 거대한 사람이 교장실로 들어왔다. 해그리드였다. 해리엇은 해그리드를 보자마자 그가 죽은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며 속이 매스꺼워졌다.
“스네이프 교수가 ‘그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그런 해리엇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해그리드는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엇은 해그리드의 말에 놀라서 그의 다리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때마침 해그리드의 말에 뒤에 있던 ‘그 아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그 아이’가 누군지 확인한 해리엇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덤블도어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덤-블-도-어!”
무시무시한 분노에 퍽스가 횟대에서 자다가 깨어 끽끽 성질을 내었다. 덤블도어도 어이쿠하는 소리와 함께 깜짝 놀라했고, 해그리드와 ‘그 아이’역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덤블도어는 사납게 빛나는 해리엇의 눈을 잠시 응시했다가 해그리드에게 시선을 돌려 부드럽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해그리드, 해리를 데리고 잠시 나가있게. 잠시면 되네.”
“예에...그러죠.”
해그리드는 난감한 얼굴로 일단 아이를 데리고 교장실 밖으로 나갔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두 사람이 사라지자 해리엇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에게 쏘아붙였다. 그러나 덤블도어는 기세좋게 달려드는 그녀를 보고 어떠한 변명이나 말을 하는 대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차를 마시겠냐며 교장실 한 쪽에 마련되어있는 티테이블로 향했다. 해리엇이 화낼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덤블도어의 태도에 그녀는 힘이 빠져 따지는 걸 포기하고 근처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덤블도어는 다 만들어진 차를 해리엇에게 건네며 의자를 불러와 그녀의 곁에 마주 앉았다.
“해리엇...아니 해리.”
“...”
“너도 알잖니, 저 ‘아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덤블도어 교수님.”
“여태껏 저 아이의 안전을 위해 더즐리가에서 지내게 했다만, 그러지 않아도 되...”
“덤블도어!”
“어이쿠!”
해리엇은 다시 화를 벌컥 내었다. 덤블도어는 어마어마한 그녀의 기세에 놀라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래서 뭐요. 제가 데리고 있으라고요? 고대마법은요? 아니 그것보다 제가 그 아이를 맡게 되었을 때의 제 마음은 생각해보셨나요? 저는...해리를...해리 포터 그 아이를 제대로 볼 자신이 없어요.”
그녀의 초록 눈동자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흔들렸다. 눈가에 맻힌 눈물은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그렁그렁했지만 절대 흐르지는 않았다. 그것은 데스이터들이 마법부를 점령하고 그녀가 거의 숨어서 살 수 밖에 없을 때 생긴 습관같은 것이었다. 맘놓고 울고 싶어도 제대로 울 수도 울 시간도 없었던 그녀에게 남아버린 상처였다. 해리엇은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꾹꾹 눌러가며 말했다.
“그 애는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을 가지게 될 거에요. 그리고 끝에는 저처럼 모두 잃어버릴 거에요. 전 그 모든 것을 태연하게 볼 자신이 없어요. 제 과거를 보셨으면서 어떻게 그걸 또 다시 지켜보라고 하실 수가 있어요? 저 아이를 향한 질투와 제 친구들이었던 사람들을 보며 느낄 후회와 그 모든 것을 다시 지켜볼 괴로움에 미치거나 그 것을 겪고 싶지 않기에 모든 것을 무시하며 살던가 둘 중 하나가 되고 말거에요. 저는...”
수많은 희생들을 다시금 떠올려버린 해리엇의 눈에선 끝내 눈물이 흘렀다. 참고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은 터지자마자 봇물터지듯 쏟아져나왔다. 덤블도어는 안쓰럽게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잠시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해리, 우선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단다. 이 곳은 너가 알고 있는 ‘해리’에 대한 예언이 존재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더 나아가 너에게 함께 있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 동안은 고대마법때문에 억지로 더즐리가에 맡겨두었다만 너가 이 곳에 있는 한 저 ‘아이’는 너와 함께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했단다. 그리고 너 역시도 결국 저 ‘아이’를 그저 두고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단다.”
말을 마친 덤블도어는 해리엇에게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해리엇은 결국 더즐리가에서 학대당하는 해리를 두고 보지 못할 것이라는 덤블도어의 말에 수긍하고 말았다. 만약 여기서 혼자 지낸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가끔가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며, 아이가 불의를 당하면 참지 못했을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저 아이는 성별만 다르지 자신과 같은 삶을 살던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해리엇, 조금 편하게 생각하렴. 내가 보기에 너가 이 곳에 온 것은 실수나 우연이 아닌 것 같구나. 너가 이곳에서 ‘해리’를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게 되는 것은 필연인 것 같다. 그러니 조금 편하게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렴. 너가 잃어버리고 온 것들에 대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구나. 그럼 이쯤에서 저 문 밖에 두 사람을 불러야겠구나.”
덤블도어는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가 해리를 들어오게 했다. 해그리드는 해리를 교장실로 들여보내고 자신은 볼 일이 생겼다며 이무기 석상을 타고 내려갔다. 덤블도어를 따라 들어온 올해 10살이 되는 아이는 갖가지 마법 도구들로 꾸며져있는 교장실을 신기하게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해리엇과 눈이 마주치자 버릇처럼 움츠러들었다. 해리엇은 11살 마법세계로 처음 들어와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해, 겁까지 먹었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여, 살짝 주눅이 든 해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무릎을 낮추고 해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해리는 우물쭈물하다가 덜덜 떨리는 작은 손으로 해리엇의 손을 맞잡았다.
“안녕, 해리?”
“누...누구세요?”
“나는 해리엇 포터란다.(I’m Harriet Potter.) 너희 아버지와는 조금 먼 친척이지. 사정이 있어서 오늘부터 널 내가 맡을거란다.”
맞잡은 손에서 해리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자신의 이모와 이모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자신을 보는 눈빛이 무언가 알 수 없는 슬픔이 배어있긴 했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따뜻했으며, 내민 손도 온기가 느껴졌다. ‘조금 먼’ 친척이라는 이야기를 얘기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어머니가 아닌 자신의 친척이라는 말에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분명히 더즐리가족처럼 해리 자신을 천덕꾸러기보듯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부분은 해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얼마 안 되는 삶이지만 해리에겐 그 시간들이 괴로움이었기 때문이다.
“해리, 만나서 반갑구나. 나는 알버스 덤블도어란다. 네가 내년부터 다닐 이 호그와트의 교장이란다.”
“아...안녕하세요.”
두 사람의 살짝은 어색한 만남을 지켜보던 덤블도어는 인자한 미소를 띄며 해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해리는 서늘하지만 따뜻해보이는 푸른 눈과 눈을 마주치며 수줍게 인사했다. 해리엇은 그 모습이 처음에 해그리드를 만난 자신과 겹쳐보여 가슴이 뭉클해졌다.
“해리, 우선 갑작스럽게 불러내서 미안하구나. 그러나 내가 판단하기에 널 더 이상 그곳에 둘 수 없었단다. 그래서 여기 해리엇에게 널 부탁하려고 한단다.”
덤블도어의 이야기에 해리엇은 과거의 그 끔찍했던 나날들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몸서리쳤다. 모든 걸 다 잃어도 결국 잃지 않았던 마지막 혈육인 더즐리 일가는 그녀가 받은 상처 중의 가장 오래되고 깊은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상처를 주고는 끝내 마지막에서야 눈물을 보이며 걱정을 내비쳤던 자신의 이모였지만, 현재의 해리는 한 번도 그것을 본 적이 없었을 것이므로 (해리엇에게도 어린 날의 상처였던) 집을 떠난다는 사실에 매우 들뜬 것 같았다. 덤블도어는 지팡이를 휘둘러 상자를 소환했다. 그들 앞에 상자가 도착하자 자동으로 열렸고, 그 안에는 책과 스니코스코프와 플루가루가 들어있었다.
“가기 전에, 혹시 몰라 생활용 마법서과 플루가루를 넣어봤단다. 유용하게 썼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자, 해리의 금고 열쇠란다. 해리는 아직 어리니 너가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덤블도어는 상자를 해리엇에게 건네고 구석에서 낡은 장갑을 꺼내더니 “포터스!”라고 외쳤다. 포트키를 만든 것이었다. 해리엇에게 있어선 포트키보단 플루가루가 편했지만, 해리는 플루가루를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덤블도어의 결정이었다. 해리엇은 아무것도 모르는 해리에게 포트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뒤 덤블도어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덤블도어는 둘에게 행운을 빌어주었다. 해리와 해리엇은 동시에 포트키를 잡았고, 교장실엔 덤블도어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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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부터 해리와 '해리'는 이제 해리엇과 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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