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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록빛의 섬뜩한 섬광. 눈 앞에 누군가 쓰러져 갔다. 붉은 머리가 허공에 휘날렸다. 해리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슬로우 모션처럼 쓰러지는 그 사람은 엄마인 릴리가 되기도 했고, 위즐리씨가 되기도 했으며, 동생처럼 아낀 지니나 오빠나 다름없었던 프레드 이기도 했다. 그리고 끝내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목각인형처럼 쓰러진 붉은 머리는 론이었다. 헤르미온느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며 마지막 유언을 남긴,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 그리고 그의 차가운 몸을 부둥켜 안으려는 순간 그 몸은 작은 갓난 아이로 바뀌어 있었다. 해리는 자신 품에 안겨있는 싸늘한 아이를 보자마자 지독한 감정들이 섞여 터져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눈이 뜨여졌다.
“허억...헉...”
눈을 뜨자마자 몰려오는 시각적 정보들과 두통에 해리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 앞에 있는 것을 인식하려고 애썼다. 어디서 많이 본 천장과 많이 맡아본 냄새. 해리는 고개를 돌려 잠시 살피려는 순간, 그녀의 옆에 키 큰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정신이 드니?”
해리가 습관적으로 더듬더듬 테이블 옆에 안경을 찾아 쓰고 보니 덤블도어였다. 인자한 현자의 얼굴을 보자 해리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교...교수님...”
“아니다. 얘야. 아직은 일어나서는 안된단다. 좀 더 편하게 있으렴.”
해리의 행동에 덤블도어는 여분의 배게를 소환해 해리에게 등받이를 만들어주었다. 해리는 침대에 도로 자신의 몸을 기대면서 둔해진 머리를 굴리려 노력했다. 우선 여기는 호그와트 그것도 병동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흔적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고요했다. 하지만 저 세상이라고 하기엔 덤블도어 너머로 분주하게 무언가하고 있는 폼프리 부인이 보였다. 폼프리 부인은 죽지 않았다. 그럼 여기는 어딘가? 아님 저번의 그 ‘킹스크로스’처럼 자신의 무의식이 불러낸 세상인가.
“전...죽은건가요?”
해리는 한참을 어떤 말을 해야하나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 물음에 덤블도어가 너털웃음을 지을 거라 예상하며, 덤블도어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덤블도어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얘야? 넌 살아있단다.”
그의 대답에 이번엔 해리쪽이 당황스러웠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맞은 건 살인 저주였는데...그것보다도 교수님도 이미...”
해리는 말을 하다가 이상한 기시감에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보니 덤블도어는 전혀 자기를 아는 기색이 아니었다. 또한 아까부터 ‘해리’라는 애칭 대신 ‘얘야’라고 부르고 있었다. 해리는 이렇게 말하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 오늘이 며칠이죠?”
“7월 29일이란다.”
“1998년 7월 29일인가요?”
“음?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구나. 오늘은 1990년 7월 29일이란다.”
덤블도어의 답변을 들은 해리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1990년이면 자신이 10살되는 해. 즉,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1년 전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여긴 자신의 과거라는 말이었다. 해리엇은 말도 안되는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순간 꿈이나 거짓이 아닐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자기가 아는 덤블도어는 이런 걸로 농담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해리가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는 동안 덤블도어는 중요한 걸 놓쳤다는 듯이 반응하더니 해리에게 물었다.
“오, 그러고보니 내가 아직 네 이름을 묻지도 않았구나.”
“...저는 해리에요...해리엇 릴리 포터(Harriat Lily Potter)에요.”
해리의 대답을 들은 덤블도어의 눈이 커졌다.
“제 아버지는 제임스 포터(James Potter)고, 어머니는 릴리 포터(Lliy Potter)죠. 그리고 오늘이 1990년이라면 전 미래에서 온 해리 포터에요.”
해리는 덤블도어와 나눈 몇 마디를 토대로 아직 멍한 머리를 억지로 굴려서 대충 추론을 해봤다. 분명 자신이 마지막 달력을 본 것은 1998년 7월 1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호그와트 공성전이 끝나고 자신이 죽었으니 적어도 자신이 있던 시간대는 1998년이었다. 그러나 여기는 1990년. 거기까지 생각한 해리는 자신이 과거로 회귀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흠...정황상은 그렇지만...해리, 미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구나.”
덤블도어가 덧붙인 뒷 말에 해리는 어리둥절했다. 1990년이 자신의 과거가 아니면 무슨 말인가.
“미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뇨? 무슨 말씀이시죠?”
“이 곳의 ‘해리’는 해리 제임스 포터(Harry James Potter)란다. 남자아이지.”
해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남자인 ‘해리 포터’라니. 물론 자신도 사진 속 아버지와 똑 닮은 남동생을 상상한 적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가 떨어진 과거의 ‘자신’이 남자아이라니 이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음...나도 사실 이해가 되지않지만 말이다. 아마도 ‘평행세계’인 것 같구나.”
해리는 아득해졌다. 과거도 아니고 평행세계라니 이게 무슨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가. 그렇다는 건 자신은 시간뿐만이 아니라 공간도 뛰어넘었다는 소리였다.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예전에 3학년 때 시간여행(?)을 해본 적이 있어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짓인지 잘 알고 있던 터였다. 그리고 시공간 마법은 위험한 만큼 대가도 컸다. 헤르미온느가 3학년 때 썼던 타임 터너야. 그저 길어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기에 자기 자신만 마주치지 않고 다니면 큰 반작용은 없었으나, 지금과 같은 류의 마법은 목숨을 내놓아도 이상하지 않는 부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매우 위험한 것이고, 심지어 제가 여기 오기 전에 맞은 주문은 다른 주문도 아닌 살인 저주였어요. 죽어야했을 제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멀쩡하게 여기에 왔을리가 없잖아요?”
해리의 지적에 덤블도어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해리엇.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넌 이미 대가를 치뤘단다.”
“저대신 죽은 사람이라도 있다는 건가요? 전 네빌을 대신해서 맞은 거였는데...혹시 저주에 맞지않게 네빌을 밀친 게 제 착각이었을까요?”
하지만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선명한 기억이었다. 자신의 의식이 멀어질 때 들리던 네빌의 외침. 그것은 현실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반면 덤블도어는 어떻게 말을 전해야하나 말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만에 덤블도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렇진 않은 것 같구나. 다만...내가 너를 복도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하혈을 하고 있었단다.”
덤블도어의 말에 해리엇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 기억나는 것이 있었는지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설마...아...안돼.”
해리엇은 본능적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숨기지 못하고 쏟아내었다. 덤블도어는 가늘게 떠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그녀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해리엇은 한참을 오열하다가 잠시 가라않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지팡이를 찾았다. 그러나 주머니에 서양호랑가시나무 지팡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해리엇에게 덤블도어는 선뜻 자신의 지팡이를 빌려주었다. 주목나무 지팡이를 받아든 해리엇은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관자놀이에서 가느다란 실과 같은 무언가를 뽑아 내었다. 덤블도어는 그녀의 행동을 보더니 그녀의 기억을 작은 병에 담고 펜시브를 소환했다.
“제...기억이에요. 이전 세계에서의 기억...”
“고맙구나. 해리엇.”
덤블도어는 기억의 타래를 펜시브에 쏟아붓고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덤블도어에게 준 해리의 기억 대부분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가장 먼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떠난 ‘자신’을 시작으로,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성숙해보이는 위즐리 남매들과 위즐리 부부, 리무스 루핀,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루나 러브굿 등을 포함한 자신의 현재 또는 미래의 제자이자 해리엇의 친구였던 모든 학생들,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가족인 대부 시리우스와 좋은 스승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뒤에서 도와주었던 세베루스 마지막엔 그녀의 원수인 볼드모트와 그녀 자신까지 수많은 생명들이 꺼져갔다. 아주 짧게 그녀의 기억을 본 덤블도어는 아직도 눈물이 멈추지 않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교수님...저는...”
“해리엇, 정말 고생이 많았겠구나.”
해리는 덤블도어의 말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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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이나 평행세계로의 여행은 기본적으로 대가를 수반한다는 설정입니다. 무척이나 위험한 마법인데 아무런 대가없이는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작게는 신체의 일부나 소유하던 무언가, 크게는 목숨까지도 그 대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이제 해리에겐 '하혈'로 나타난 것이죠. 물론 다행히 도착하자마자 발견되어 폼프리부인에게 치료받은 터라 신체적인 것보다 무언가를 또 희생했다는 정신적인 고통이 해리에겐 크게 다가올 것 입니다.
참고로 기존 패러디에서 죽었는데 제 패러디에서 살아있는 사람은 네빌과 테디입니다. 테디가 살아있는 이유는 테디의 비밀파수꾼인 해리가 죽어서 영원히 보호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즐리가족 중에서도 빌, 플뢰르 부부와 퍼시는 살아있습니다. 빌은 빌대로 힘들어하지만, 퍼시는 평생 죄책감으로 살아갈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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